국제

[ON 세계] 세계 감염병 전문가 "엔데믹=끝? 착각일 뿐"

안미연 기자

meeyeon.ahn@seoul.go.kr

2022-04-22 10:13

134


[공동취재] 안미연, 정혜련 기자

안미연 기자:
코로나19가 독감 같은 풍토병이 되는 것, 엔데믹에 대한 기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첫 '코로나19 엔데믹'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정혜련 기자:
엔데믹 질환, 즉 풍토병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지역이나 인구 집단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병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특정 지역 내 인구에서 질병이나 감염원이 지속적으로 출현하거나 유행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죠.

【 인터뷰 】알렉스 쿡 / 싱가포르국립대 공중보건학 교수
"인플루엔자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엔데믹 질환인 독감은 겨울에는 유행하지만 여름이나 다른 계절에는 걸리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안미연 기자:
팬데믹이 감염병의 전 지구적 확산과 사망자의 급증, 사회·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뜻하는 데 비해, 엔데믹은 그 유행 규모와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건데요.

정혜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엔데믹이 바이러스의 종식을 의미한다면 참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죠.

【 인터뷰 】알렉스 쿡 / 싱가포르국립대 공중보건학 교수
"어떤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가져올 정도로 전염성이 강하다면 그 바이러스는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의미합니다. 대신 인류에 남아 정착하게 되죠."

【 인서트 】마가릿 해리스 / WHO 대변인
"엔데믹은 좋은 것이 아닙니다. '엔데믹이 됐으니 잘됐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죠. 지구상에는 많은 엔데믹 질환이 존재합니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예는 말라리아일 것 같은데요.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TBS 국제뉴스와의 화상 인터뷰>

안미연 기자:
엔데믹으로 언제 전환될지, 그 전환 시점 또한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요.

정혜련 기자:
네, 맞습니다. 현재 코로나19가 한창 대유행 중인데다, 발병 2년이 좀 지난 이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마이클 베이커 / 뉴질랜드 오타고대 공중보건학 교수
"아직 전 세계적 차원에서 대유행 중에 있습니다. 여전히 제대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죠. 여전히 예측불허인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코로나19의 엔데믹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인터뷰 】리차드 호튼 / 란셋(The Lancet) 편집장
"다른 많은 국가들과 함께 한국은 현재 대유행의 마지막 단계는 아니더라도 좀 더 안정적인 대유행의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인서트 】스콧 고틀리브 /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코로나19는 아마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아마 다음 가을, 겨울에도 또 싸워야 할 겁니다. 그 다음 봄, 여름, 앞으로 당분간은 그래야 할 것으로 생각되고요."

안미연 기자:
그렇다면, 엔데믹은 코로나19가 좀 덜 위험하게 된다는 뜻일까요?

정혜련 기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위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는 이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우려하고 있는데요.

【 인터뷰 】데비 스리더 / 영국 에딘버러대 국제공중보건학 학과장
"엔데믹은 그 단어에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엔데믹이 무해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엔데믹이란 제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감염 질환이 일정 수준 유행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해야 하는 공중보건 위협이라는 것이죠."

【 인터뷰 】마이클 베이커 / 뉴질랜드 오타고대 공중보건학 교수
"엔데믹은 비교적 예측과 통제가 가능한 수준에서 다양한 강도로 지속해서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면에서 전염병이 발병 중인 상황을 일컫는 말이죠."

안미연 기자:
엔데믹, 즉 풍토병을 생각할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인 감기잖아요.

정혜련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반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 감염병에 매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감염되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안미연 기자:
네, 또 앞서 인터뷰에서도 나왔습니다만,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와 같은 더 치명적인 풍토병도 있습니다.


정혜련 기자:
2020년 한해에만 열대열 말라리아로 60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말라리아와 공존하지만 그것이 고통이 없는 공존은 전혀 아닌 것이죠.

안미연 기자:
많은 과학자들이 코로나19가 안정기가 오면 계절 독감 수준의 풍토병으로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 인터뷰 】마이클 베이커 / 뉴질랜드 오타고대 공중보건학 교수
"수개월 또는 1~2년 후에도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유지되며 예측 가능한 전파 패턴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감염의 파고는 앞으로도 좀 있기야 하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파고는 점점 작아지고 예측 가능해지면서 좀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되겠죠. 그래도 감염 취약 계층이나 매년 전체 인구에 대한 부스터샷 접종은 독감처럼 아마 필요할 겁니다. 그 정도 단계가 되면 엔데믹으로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엔데믹의 시기도 불확실한데다 새로운 변이의 출현, 독성, 전염력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혜련 기자:
새 변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에 따라 유행 양상은 금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요.

【 인터뷰 】마이클 베이커 / 뉴질랜드 오타고대 공중보건학 교수
"불행하게도 지금껏 수차례에 걸쳐 그래왔듯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진화와 구조상 극적인 변화를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미크론에서 더 이상 변이를 일으키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그것을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죠."

코로나19 변이가 독성이 약해질 것이라는 광범위한 가설이 있기는 하지만, 반대로 독성이 강한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또 백신 접종과 감염으로 획득한 (항체) 면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백신과 치료제도 필요한 상황이고요.

【 인터뷰 】알버트 고 /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학 교수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결정짓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고 보는데요. 그 첫 번째는 우리 손에 달려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공중 보건의 개입을 잘 보급하는지, 특히 백신을 전 세계에 얼마나 잘 접종시키는가 하는 것이죠. 두 번째는 우리 손에 달려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오미크론과 같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매우 빠르게 전파될 수 있는 새 변이를 만나게 될지의 여부인데, 그렇게 됐을 때 그 변이가 가진 치명률이나 전염력이 관건이 되겠죠."


안미연 기자:
'메드 아카이브'(medRxiv.org)에 실린 최근 미국 연구팀이 사전 공개한 논문입니다.

안미연 기자:
'엔데믹화는 승리가 아니다(Endemicity is not a victory)'라는 제목의 이 논문에는 코로나19가 풍토병이 되더라도 미국에서만 한해 수백만에서 수천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전망이 담겼는데요.


정혜련 기자:
엔데믹이 결코 바이러스 위험의 끝을 뜻하는 것이 아닐 뿐더러,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위한 관리는 더 중요해진 것이죠.

【 인터뷰 】데비 스리더 / 영국 에딘버러대 국제공중보건학 학과장
"(엔데믹은) 아직 멀었습니다. 새 변이가 나올 가능성도 있고요. (새 변이의 출현이) 현재 가장 불확실한 부분인데, 새 변이의 출현으로 많은 국가들이 또 다시 방역의 고삐를 조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과 자연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이 물론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것이 바이러스 자체가 온순해지는 것을 뜻하거나, 진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안미연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 감염 예방을 위해 모기 기피제나 모기장을 사용하는 것처럼, 코로나19 엔데믹 시대에도 백신, 마스크, 환기와 같은 억제 수단은 우리와 함께 할 가능성이 크죠.

정혜련 기자:
또, 전염력이 더 강하거나 더 치명적인 새로운 변이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평한 백신 접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 인서트 】마가릿 해리스 / WHO 대변인
"작년(2021년) 우리는 돈을 지불하고 예약한 백신을 달라고 애걸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백신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은 강대국들이 백신을 선점해 남아 있는 백신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백신 공평 분배 상황은 좋지 않았지만 나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WHO는 2022년이 세계가 진정 하나가 되고, 공평한 백신 분배가 단지 좋은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한해가 되길 희망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생명을 구하는 길이니까요."

【 인터뷰 】리차드 호튼 / 란셋(The Lancet) 편집장
"세계 약 40~50개국, 대부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위치한 이들 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아직까지 매우 낮은 수준으로 2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바이러스로부터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취약 계층이 많은 상황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높은 경각심을 유지해야 하고, 대유행을 걱정해야 합니다. 결코 안일해져서는 안됩니다."

【 인터뷰 】알버트 고 /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학 교수
"전 세계 누구도 소외되는 이가 없지 않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오미크론의 예에서도 너무 잘 드러나죠.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이 변이는 발견된지 한달 만에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미국만을, 부유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전 세계를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죠."

#엔데믹 #풍토병 #질병관리청 #엔데믹시대 #위드코로나 #감염병 #1타강사 #TBS #국제뉴스 #안미연 #정혜련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제공 tbs3@naver.com copyrightⓒ tbs.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134 카카오톡 페이스북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