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민심듣귀] "엄마에게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이민정 기자

lmj@tbs.seoul.kr

2021-09-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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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가 내 놀이터예요. 커피 한잔 마시고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고…"

여기서 매일 세상을 보는 박정금 어르신은
10년 전 치매와 마주했습니다.

【 인터뷰 】박정금
"기억력이 자꾸 나빠져요. 내가 어디 가면 이상한 데로 가는지 우리 사위가 따라오더라고요. 내가 치매인가 보다 했죠."

혼자 잘하던 운동도
사위와 함께 합니다.

"오늘 날씨가 시원하니까 좋으시죠?"
"좋네."
"몇 월인가?"
"9월이에요."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인터뷰 】남민정 / 딸
"78살"

【 인터뷰 】박정금
"78살이라고 그러네요. 내 나이도 몰라 잊어버렸어요."

【 인터뷰 】최용훈 / 사위
"저희가 (어머니 치매를) 알게 된 건 2015년이고요. 병원에 가보니까 2012년에 이미 치매 진단을 받으셨더라고요. (어머니가) 말씀을 안 하신 거고, 그전에는 저희가 건망증이라고만 판단했고…"

어머니에게 치매가 찾아온 뒤
집안 곳곳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 인터뷰 】최용훈 / 사위
"어머니가 당뇨가 있으신데 자꾸 식탐이 느셔서 당 수치가 올라가서 꺼내 드시면 안 되는 것들은 다른 냉장고에 넣어놓고 잠가놓는 방법 밖에 없어서…"

(기억이 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세요?)

【 인터뷰 】박정금
"네."

어머니의 기억은
40여 년 전
가정을 꾸리고
식당을 시작하던 그때로
자주 갑니다.



【 인터뷰 】박정금
"그렇게 식당 하면 잘 되겠다 해서 우리 남편은 밥도 못 하면서 뭔…"

【 인터뷰 】남민정 / 딸
"엄마, 그 이야기 계속했어."

【 인터뷰 】박정금
"또 했어?"

【 인터뷰 】남민정 / 딸
"응, 지금 여러 번 하셨어."

【 인터뷰 】박정금
"하고 또 하고 이게 치매예요."

【 인터뷰 】남민정 / 딸
"계속 똑같은 말씀을 아까처럼 하시고 처음에는 앞이 막막했어요. (엄마가 치매라는 걸) 부정하고 싶었던 마음도 컸죠. 자식 입장에서는, 놀랐죠. 뭐. 여행가면 엄마 좋지? 좋으시대요. 이거만 즐기라고 그냥. 기억 못 해도 되니까. 기분 좋은 거. 그거지 다른 거는 없어요. 저한테는 큰 산 같은 분이셨어요. 진짜로."



그저 하루하루 행복하길 바라며,
어머니의 치매를 본격적으로 관리한지 6년,

【 인터뷰 】남민정 / 딸
"엄마 위주로 많이 생각하고…"

어머니의 식당을 이어받아
쉬는 날 없이 일을 해도
신경은 온통 엄마 뿐입니다.

【 인터뷰 】남민정 / 딸
"또 적응이 되더라고요. 식구들하고 같이 지내는 게 (치매를) 더 늦추는 방법 중에 하나같아요. 관심을 식구들한테 받는 게 좋지…"

다행히 어머니는 치매와 잘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최용훈 / 사위
"어머님이 치매라서 그렇게 힘들거나 그렇진 않아요. 거동을 못 하시거나 그런 게 아니니까 크게 화를 내시거나 폭력적이지 않으셔서…가족들이 힘든 건 이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까 식사를 규칙적으로 챙겨드려야 하는 부분, 그런 게 조금 어려운 거였고 일상 생활하는 데는 그렇게 힘들지 않거든요."

어머니를 모시고
이렇게 한 달에 한 번
진료를 받으러 갑니다.

"어머니 서울 한의원 가시는 거예요."
"어디 아픈가?"
"어머니 치매 때문에…"
"나오니까, 좋네."

<A한의원>
"잘 지내셨죠?"
"네"
"기억 상태는 어떤 거 같아요?"
"크게 달라지신 거는 없는 것 같아요."

【 인터뷰 】최용훈 / 사위
"진짜로 좋아지시면 더 좋겠지만 그건 욕심인 거 같고 더 악화되지 않고 저 상태만 유지하시면…"

【 인터뷰 】김시효 /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한의사
"치매도 있고 약간 우울증도 있으신 분인데 조금 좋아진 상태에서 유지되고 있어요."

"저희 장모님도 치매셨는데…"



이 부부도 10년 넘게
어머니의 치매를 지켜봤습니다.

【 인터뷰 】김시효 /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한의사
"말기쯤 되셔서 저희가 모시기 힘들어서 9명이 사는 학교 같은 데 숙식을 하셨는데 오락부장을 하셨어요. 치매라고 일률적으로 다 못하는 게 아니고…"

마지막까지 어머니는
즐겁게 살았습니다.

【 인터뷰 】최원교 
"엄마는 너무 착한 치매, 예쁜 치매셨어요. 고마워, 사랑해, 착하다, 예쁘다 항상 똑같은 말씀을 하시고 그러다 예쁘게 돌아가셨어요."

【 인터뷰 】김시효 / 가정의학과 전문의 겸 한의사
"85세가 넘으면 생존자의 3분의 1이 치매예요. 누구나 치매로 가고 있기 때문에 치매가 되기 전에 예방 노력을 해야 하고 치매라고 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게 아니에요. 열심히 치료받고 노력하면 치매이지만 나름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어요."

<안양천>
"오늘은 어디까지 가실 거예요?"
"목포까지는 안 갈게."
"어머니는 건강하신 거예요."
"자네 덕분이야."

【 인터뷰 】남민정 / 딸
"죽 행복하게 저희랑 같이 사셨으면 좋겠어요. 더 안 나빠지시면 좋겠어요."



<할머니가 가장 행복한 시간>

【최예지 / 손녀 (8살)】
"할머니, 건강하세요. 제가 평생 할머니 지켜드릴게요."

"손녀딸은 내 친구예요."

[민심듣귀] 이민정입니다.

['민심듣귀'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sim@tbs.seoul.kr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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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찾아온 치매…"내년 추석도 지금처럼만 우리 곁에" [민심듣귀]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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